Sicko(2007), Michael Moore
본것들 2007/10/01 00:34수업마다 미국 의료보험에 대해서 안좋은 소리를 하길래, 그닥 학문적인 자료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마이클 무어의 신작, Sicko를 찾아보게 되었다..

신문 제목은, Man Lads on Moon. 오른쪽 파란 책의 제목은 Tropic of Cancer(북회귀선)이다.
1. 마이클 무어의 작품을 그리 깊게 보아오진 못했지만 (유명한 작품들인 Bowling For Columbine이나 Fahrenheit 9/11을 보았을 뿐이다), 이번 영화는 다큐라기 보단 오히려 마이클 무어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활극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특히 후반부에 환자들을 데리고 집단으로 쿠바로 임시망명(?)하는 장면은, 다큐의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 감독이 하나의 드라마를 연출한 것에 지나지 않는듯. 스스로가 다큐에 개입하여 자기의 이야기를 하거나 조연급으로 등장시키는 것은 예전에도 존재하던 스타일이기도 했지만, 그 스타일이 점점 강력해지면서 '다큐'라는 장르가 가지는 장점들을 스스로 포기하면서 점점 질낮은 선전영화가 되어버리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얼마전 2007 EIDF에서 상영한 '마이클 무어 거꾸로보기'라는 다큐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는데, 마이클무어를 싫어할만한 공화당 지지 우파가 아니라 캐나다에서 만든 이야기라 더 그 비판이 신빙성이 있다. 다큐멘터리를 극적으로 꾸미기 위해서 인터뷰를 위조한다던가, 촬영내용을 유리하게 편집하고 조작하는 일을 심심치않게 벌여왔다는 이야기들이었다. 이 다큐의 감독이 마이클 무어를 인터뷰하려 하니, 무어의 영화에 나오는 고위 관료들처럼 경호원을 시켜 인터뷰를 막거나 바쁘니까 나중에 연락하라는 등의 핑계를 댔다나 어쨌다나.
[오마이뉴스] 마이클 무어가 '사기꾼' 이라고? - <마이클 무어 뒤집어보기>와 진실에 관하여
또한, 그가 2004년에 녹색당에서 민주당 지지자로 돌아섰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그런 감독의 '우경화'의 징조가 이번 다큐에 보이지 않았나, 하는 의심도 든다. 적어도 영화에서 긍정적으로 묘사하려 했던 미국의 의료개혁시도는 클린턴 민주당 정부의 것이었으니. 표면적으로 보이는 그의 정치적 온순화(?)는 연이은 성공을 통해 얻은 부와 명예의 결과이려나. 나아가 정치성향의 문제를 떠나서, 다큐멘터리라는 이름으로 연출된 페이크다큐, 영화를 찍었다면 이건 최소한 지켜야 할 윤리적인 문제이니.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제약 회사의 로비가 이렇다고 한다
2. 논란을 넘어서, 어쨌든 마이클 무어의 시각과 비판 대상은 상당히 적절하다.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이 세계 1위인 주제에 국민의 평균적인 의료 혜택 수준은 가장 낮고, 12만달러 약지와 6만달러 중지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병원이 돈없는 환자를 구호소 앞길에 내버리는 시스템에 대해 우호적인 시선을 보낼 이유는 전혀 없지 않은가. 국가에 의한 의료보장이 사회주의적이라는 발상을 소련의 선전영화를 인용해서 재치있게 조롱하고, 미국이 그토록 싫어하는 쿠바의 의료시스템을 관타나모 기지의 의료시설과 맞물려 소개하는 장면은 이 다큐 안에서 명장면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미국에서 무상의료가 실현되는 단 하나의 공간은, 우습게도 관타나모 수용소다.
우려되는것은, 이런 미국의 (의료를 포함한 사회복지 전반의)시스템이 한국에서 꽤 약발이 먹히고 있다는 느낌이다. 최근 들어 불기 시작한 기부문화, 자원봉사에 대한 강조는 사실 국가의 복지 부담을 민간에 무상으로 이전시키는 미국식 시스템의 일방적인 이식이라고 보이는데. 미국의 자원봉사 문화는 비웃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서, 약 정규직 노동자 천만명에 달하는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다. 이런 식의 시스템이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외부적인 위험에 대해 상당히 취약하다는 점.
If you have these conditions, you can't get insurance
특히 한국에서는 이런것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지역커뮤니티의 활성화나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기 상당히 힘들다는 점. 결국 복지부담을 민간으로 이전시키려는 국가와 자본의 일방적인 전략, 이 아니겠는가 싶은 것이다. 특히 의료와 같이 전문성을 필요로하고 독점된 분야는 더 기대할 수 없고. 미국에서 국가의료보험을 반대하는 가장 큰 정치적 세력이 민간보험과 제약회사인데, 한국에서도 이런 자본들과 그것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수 없는 노릇인 것이다.
이런 American Life를 살긴 싫은데 말이지(Bon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