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 마크 네오클레우스, 이후, 2002

읽은것들 2008/03/01 13:15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소렐과 드망의 이른바 수정된 맑스주의는 맑스의유물론과 결정론을 주의주의voluntarism와 생기론으로 바꾸어 놓았다. 드망은 윤리적 가치의 문제와 그 가치를 느끼는 노동자의 심리 문제를 맑스주의가 지닌 난점으로 제시하면서, 사회주의의 문제를 본능의 심리학으로 전환했다. 이것은 사회주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투쟁 그 자체라는 주장에서 정점에 다다른다... 다시 말하면, 행위는 윤리적 가치를 무의식적 '충동'을 만족시키는 토대가 된다.
 맑스주의에 관한 이 같은 수정은 파시즘에 이르는 지적 행보를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소렐과 드망은 사회주의 정치에 대한 도덕주의적 접근, 그리고 비이성적 행위와 생기론, 의지 등에 대한 찬양이 가져올 위험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왜냐 하면 이런 이행을 위해서 폭력의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원인에 대한 합리적 논의를 모두 포기했고, 그 대신 폭력의 본성과 그 보편적 현존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파시스트의 헛소리'(사르트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이 점은 일반적으로 실증주의에 대항한 반란의 정치학을, 구체적으로는 혁명론자들에 의해 수정된 맑스주의와 파시즘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핵심적이다.
 ..몇몇 자유주의 사상가와 보수주의 사상가 사이에는, 맑스주의와 파시즘의 절대적인 차이를 뭉뚱그리는 특정한 경향이 자리하고 있다. '전체주의'라는 개념에서 볼 수 있듯이, 몇몇 저술가들이 맑스주의에서 파시즘으로 이행했다는 사실은 맑스주의와 파시즘이 똑같이 20세기의 악한임을 보여 주려는 시도에는 유용했다.
 이런 접근은 '극단의 시대'의 끄트머리에 책을 팔아먹는 데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맑스주의와 파시즘이 별 차이가 없다는 멍청한 믿음은, 맑스에 대한 수정이 공산주의 기획의 핵심 범주를 얼마만큼 포기했는가 하는 중요한 문제를 은폐해 버린다... 비판적 사회이론의 중심 개념들 - 계급, 역사, 혁명 - 은 포기되었고, 이것들을 대체한 개념들 - 민족, 자연, 전쟁 - 은 부르주아 의식의 위기를 나타내는 징후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42-45p)

 ...히틀러는 "이 세계의 질서에 대해 숙고해 본 사람이라면 그 질서의 의미가 호전적인 적자생존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적자, 즉 권력의지를 무조건 강력하게 표출하는 사람만이 생존할 것이다. 이론의 중요성을 거부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오로지 실천만이 남아 있다.
 실제 원리와 연관이 없어도, 이론적 토대가 뒷받침된 사유가 없이도, 실천 - 행동 - 은 그 자체로 존재의 의의가 된다. 더욱이 실천은 권력의지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투쟁과 관련되며, 이 점에서도 폭력적인 것이다. 여기서 문명의 최고단계로서 전쟁에 대한 강조가 중요하게 된다. 이것이 미래파들의 저서와 이 집단의 정치적, 문화적 영향력에서만큼 명백하게 드러난 곳은 없다. 「미래주의 선언」(1909)에서, 마리네티는 '위험에 대한 사랑, 에너지와 ... 용기, 대담함과 반역의 기질'을 역설한다. 이 투쟁은 권력투쟁일 뿐만 아니라 미학적 이상의 표현이었다. "투쟁을 제외하고는 이제 아름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격적 특성을 결여한 어떠한 저작도 대작이 될 수 없다." 이런 사고는 미래주의가 "세계의 유일한 위생학인 전쟁을 찬양"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파시즘은 이 선례를 따르고 있다. "단지 전쟁만으로도 모든 인간 에너지는 최고 정점에 도달하며, 여기에 도달하는 용기 있는 자들에게 존엄함이라는 도장이 찍힌다" (54-55p)

 파시즘은 자본주의적 상품생산보다는 금융자본과 화폐자본을 '적'으로 간주하는 반동사상의 전통 속에 안락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전통의 목표는 무계급사회를 구현하거나 착취를 철폐하는데 있지 않다. 그보다는 근대 사회의 금전적 만능주의를 억제하는 '인민들'의 공동체를 추구한다. 자본에 대한 파시스트들의 공격은 항상 자본주의 생산양식보다는 금융 또는 은행자본에 대한 공격에 집중된다. '사회주의'라는 라벨을 붙이고 작동하고 있지만, 파시즘의 공격은 항상 유사사회주의적 운동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즉 이 운동은 자본주의 사회의 토대에 대해서는 걸고 넘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것은 파시즘이 '사회주의자'라는 겉모습을 계속 유지하여 그 아래로 대중을 집결시키면서도, 동시에 사적 소유권도 보호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음을 의미했다. 그 구체적인 결과는 노동자들의 조직을 와해시키던가 아니면 노동자들을 민족적 통일성 증진의 도구로 전환시킴으로써, 노동계급에 대항하여 사적 소유권을 수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0-111p)

 파시즘은 노동계급운동을 사정없이 분쇄하면서도 노동계급운동의 시체에서 보물들을 약탈한다. 붉은 색, 거리, 깃발, 메이데이, 사회주의 영화, 이 모든 것은 세계혁명이 아니라 민족과 국가권력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기 위해 채택되었다. (119p)

 『질서의 감각The Sense of Order』(1979)에서 에른스트 곰브리치E.H.Gombrich는 스와스티카가 어떻게 경상대칭mirror symmetry을 결여하고 있으며, 이런 것을 우리의 시각적인 상황에서 볼 때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지적하고 있다. 스와스티카는 항상 역동적인 에너지를 부여받은 느낌을 준다. 스와스티카가 대칭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건대, 이런 느낌은 우리가 일종의 대칭성을 찾아내기 위해 상상 속에서 스와스티카를 '회전'시킨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결코 대칭성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상상적 회전은 영속적이 된다. 스와스티카를 항상 운동 중인, 그것도 영속적 운동의 상징으로 인식하는 것 - 권력을 위한 항구적 운동의 상징, 근대 세계 속에서 전진하는 나치즘의 상징으로 인식한다는 것-  은, 리이펜슈탈Leni Riefenstahl의 영화 <의지의 승리Triumph of the Will>(1934)의 특정한 측면을 두드러지게 한다... 이 모든 것들이 모더니티에 대한 나치의 헌신을 입증하고 있다. (149-150p)

 파시즘은 이 '자연적인 것'에 주목했기 때문에, 땅이라는 문제와 거기에 발붙인 사람들과 민족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가령 나치의 '피와 흙'이라는 교의에서는 사람들의 피(민족)와 대지의 흙(자연)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을 연상시키며, 인종으로서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사는 대지의 통일성을 표현한다. 때문에 파시즘의 몇몇 형태들은 '피와 흙'의 가장 강력한 표현인 농민과 농업에 초점을 맞춘다. 나치즘에서 농업정책은 근본적인 중요성을 가지며, 단지 파시즘운동과 체제에 대한 농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다. 사회질서는 오직 땅에 대한 경의를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었다... 농민들이야말로 자연과 생산의 핵심적인 연결고리며 민족의 생명으로 찬양을 받아 마땅한 존재였던 것이다. (170-171p)

 ... 테베라이트에 따르면, 파시스트적 남성 판타지는 성적으로 적극적이며, 립스틱을 바르고 붉은 옷을 입은 여성에 대한 공포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여성은 판현으로는 근대 부르주아 세계의 타락을 예증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적인 성 분할과 가부장제에 도전하는 페미니스트들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페미니스트 여성은 (성적으로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프롤레타리아 매춘부'였고, (전통적 지배구조 도전한다는 점에서) 공산주의의 매개체였다. 파시즘에 따르면, '프롤레타리아 매춘부'와 '여성 공산주의자'는 호환가능한 용어이다. 따라서 공산주의의 위협은자연적인 지배구조와 권위를 바꾸려고 시도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위협일 뿐 아니라, 감각과 인간의 욕망을 해방시킨다는 점에서 성적 위협이기도 했다. (180-181p)

 이 책의 주장 가운데 하나는, 파시즘이 여전히 우리의 관계속에 살아 있는 문제라는 점이다. 왜냐 하면 파시즘은 근대 사회의 핵심적인 특징에 대한 대응이기 때문이다. 파시즘이 살아 숨쉰다는 사실은 결국 파시즘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동일한 소외 관계가 살아남아 계속 존재해 왔다는 것, 그때와 동일한 객관적 조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세계사적 형태로 지속되는 자본주의 지배와 더불어 이 체계에 고유한 위기, 자유주의 헤게모니와 자유민주주의 관념, 자본주의가 낳은 사회주의운동과 공산주의운동, 다문화 사회를 사회적 적대로 갈기갈기 찢어 놓는 방대한 인종적 반유태적 성적 편견들, 합리화가 아직 충분히 합리적이지 못한 사회 조건들이 통상적으로 포함된다. (198-199p)
TAG
top

Trackback Address :: http://imbk2.nazio.net/tt/trackback/105

Write a comment


◀ PREV : [1] : ... [51] : [52] : [53] : [54] : [55] : [56] : [57] : [58] : [59] : ... [159]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