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제목을 보고 이게 웬 반미서적인가 하겠지만, 아쉽게도 저자인 Naomi Wolf는 모범적인 미국 시민으로서 반미주의자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에서 그녀의 책은 'Letter of Warning to a Young Patriot'라는 제목을 달고 나와있을 정도니까.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의 제목은 '우리(미국인들)가 알고 있던, 혹은 건국 선조들의 자유에 대한 정신이 살아있는' 미국의 종말일 것이다.
  저자는 미국 건국 선조들의 고뇌와 그 결과물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영국 등 유럽에서 종교와 국가의 탄압을 받아왔고, 미국에서도 영국의 식민정책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이들은 그 어느것보다도 국가에 대한 시민의 자유를 지키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아왔다. 연방제, 시민들의 자유와 사생활에 대한 보호, 인신구속을 위한 엄격한 절차 등은 이의 산물이었고, 이를 토대로 미국은 소련이나 나치 독일과 달리 '열린 사회'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성과들이 부시 집권, 정확히 말하면 9.11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파괴되어 왔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그녀는 이것이 과거 나치 독일과 구소련 등 '전체주의 국가'들이 걸어왔던 경로와 흡사함을 지적하고, 그것을 열 단계로 분석하여 미국의 현 상황과 대조한다.  이 열단계는 그녀가 2007년 4월에 기고했던 영국 Guardian지의 "Facist America, in 10 easy steps"라는 기고문에 간략히 정리되어 있다.

 - 상당히 '미국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우선, '우리의 아름다운 미국'이라는 의식이 깊게 녹아있다. 지금(저술 당시)은 부시정부의 일탈로 인해서 파시스트 국가로 가는 걸음을 가고 있지만, 건국 당시의 정신을 복원시킬수 있다면 진정 앞선 국가공동체로 갈 수 있다는 믿음. 한국의 좌파세력들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에 대해서 이러한 헌신을 보이는 것은 발견하기 어렵다. 아마 식민지배로부터 벗어나서 (인디언을 몰살시킨 후) 자유로운 연방 공화국을 건설했다는 미국의 역사적 자부심과, 외세에 의한 분단과 다분히 외세의존적인 건국과정을 거쳐야 했던 한국의 역사적 굴곡이 주는 차이점이지 않나 싶다.
 또한 한국판의 부제는 '혼돈의 시대, 민주주의의 복원은 가능한가'인데 이 책에서 민주주의는 시민의 자유와 동일한 의미로 해석되는 듯 하다. 사회경제적인 관점에서의 민주주의, 극심한 빈부 격차 등에 대해서는 거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지 않다. 또한, 복원되어야 할 미국의 대칭에는 '전체주의 국가'가 자리잡고 있는데, 따라서 레닌과 스탈린, 히틀러와 피노체트가 가볍게 '독재자'라는 범주로 묶이게 된다.

 - 부시 정부와 과거 파시스트 정부들에 대한 '묘사'로만 가득찬 이 책은 그닥 깊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순 없으나, 시기를 잘 만났다고 할 수 있다. 부시정부 하에서 쓰여졌으며, 저자가 바랬음직한 오바마가 차기 대통령의 자리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2008년 12월 '이명박 시대'에 번역 출판되었으며, 오바마 당선 이후 이 책의 광고는 부제를 약간 수정하여 '새로운 오바마 시대, 민주주의의 복원은 가능한가'로 바뀌었다. 번역은 성공회대의 김민웅 교수.

 - 저자 Naomi Wolf가 미국에서도 꽤나 유명한지, 동일한 제목으로 2009년에 다큐도 만들어 지고 인터뷰 영상도 찾을 수 있었다. Youtube에 올라와 있는 인터뷰Amazon에 올라와 있는 다큐.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국판 표지와, 미국에서 만들어진 다큐 포스터. 한국판 표지보다는 다큐 포스터가 좀 더 인상적이다. 칼을 든 자유의 여신상은 미제국주의의 상징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저자는 제국주의엔 딱히 관심이 없어 보이니...
 

Posted by 아이스티

2009/02/27 01:25 2009/02/27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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