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 조류독감』

사용자 삽입 이미지

 Mike Davis, 돌베게, 2008. (원제 : The Monster at Our Door - The Global Threat of Avian Flu)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조루독감 위기의 핵심은, 지구적 규모의 농업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생태적 조건에 확고하게 적응한 치명적인 변종 독감이 새로운 유전자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조류독감은 밀집된 도시 지역에 사는 가난한 주민들 사이에 들판의 불길처럼 퍼져나갈 것이다. 사실 이것은 우리가 인플루엔자에게 강요해온 운명이기도 하다. 인간이 환경에 가한 충격 - 해외여행, 습지 파괴, 기업의 '축산업 혁명', 제3세계의 도시화와 그에 따른 대규모 슬럼의 성장 - 은 인플루엔자의 비정상적인 변이 가능성을 지구에서 가장 두려운 생물학적 위험 가운데 하나로 만들어버렸다. 더구나 도시 빈곤이 증대하고, 감염성 질병이 돈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제약 산업계가 백신 개발을 기피하고, 가난한 나라는 물론 일부 부국에서도 보건 의료체계가 제 구실을 못하거나 심지어 와해되면서, 우리는 새롭게 출현하는 여러 가지 질병에 끔찍할 정도로 취약해졌다. 다시 말해, 반 스리솜분을 강타한 재난은 오랜 잠에서 깨어난 고대의 전염병 - 그런 것이 역사적 환경과 무관하게 존재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 - 같은 것이 아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그것의 탄생 과정에 결정적으로 개입한 새로운 형태의 전염병이다. 그리고 그것은 반 스리솜분 주민들의 말처럼 분명 '불길한 징조' 이다 - 15p

 최근의 폭로 기사들이 강조한 것처럼 제약업은 미국에서 돈벌이가 가장 잘 되는 산업이다. 그들은 국회의사당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스트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마샤 에인절에 따르면, 2002 포천Fortune 500에 포함된 10대 제약회사들이 나머지 490개 기업보다 더 많은 이윤을 냈다) 선거 기부금을 듬뿍 받은 의회의 묵인 속에서 제약업계는 당뇨병, 고혈압, 천식 등 만성 질병에 필요한 약품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팔고 비아그라 같은 생활 향상을 위한 약품을 파냄하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
 백신이나 항생제처럼 질병을 실질적으로 치료하고 예방하는 제품은 이익이 더 적다. 전염병이 버려진 시장이 되어버린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경제 분석가들이 지적하듯이,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백신 제품의 수입을 전부 합해도 화이자Pfizer가 콜레스테롤 저하제 단 한 제품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에 미치지 못한다. 병원 감염증으로 미국에서 매년 9만 명이 사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약회사들은 새롱누 항생제 개발에 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네이처』의 마르틴 레프가 지적한 것처럼, 정말이지 "시장의 관점에서 볼 때 항생제는 최악의 약품이다. 질병을 치료하니 말이다." 거다 제약사들은 연구보다는 마케팅 활동에, 신제품보다는 기존 제품을 이름만 바꾼 것에, 예방보다는 치료에 투자하기를 더 좋아한다. 실제로 그들은 현재 총수입의 27%를 마케팅 활동에 지출하고 있으며, 연구 개발에는 11%만을 투자하고 있다. ("주요 제약사들의 최고 경영자는 모두 마케팅 및 영업 분야 출신이며 과학자는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도널드 바렛과 제임스 스틸은 『타임』에 이렇게 썼다. "수천 명이 죽을 수도 있는 유행성 독감을 예방하는 일은 발기 부전 같은 것을 치료하는 것만큼 이익이 나지 않는다." - 161~162p



  몇 년 전에 논술학원에서 배운 것 중에서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데, 다시 찾아보니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에서 했던 말이라고 한다. 생태/환경적인 변수로 인한 위험의 광범위한 파괴력과 상시성을 지적하는 것은 뛰어났을지 몰라도, 이런 위험이 결코 '민주적'으로 평등하지는 않다는 것을 반박하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돈이 많고, 백인이며, 유럽이나 미국에 산다고 해서 조류독감으로 죽지 않는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더 좋은 약과 치료시설을 이용할 기회라는 것은 지역적/인종적/계급적으로 철저히 분할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Posted by 아이스티

2008/01/28 03:25 2008/01/28 03:25
, , , ,
Response
No Trackback , a comment
RSS :
http://imbk2.nazio.net/rss/response/94


블로그 이미지

플라스틱 지붕과 벤치

- 아이스티

Notices

Archives

Calendar

«   2010/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84339
Today:
20
Yesterday: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