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 『제국의 렌즈』 2010

 옛날 사진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우리나라 왕은 왜이리 사진이 간지가 나지 않을까? 였다. 황제라는 지위에 합당할만한 위엄, 풍채가 느껴지지 않는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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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의 시선, 제국의 렌즈에 포착된 황제들의 모습. 아마 종전 후 패전국의 황제에게 렌즈를 들이대었던 서양인들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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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객관적'인 것이라고 믿어진다. 현실을 그대로 렌즈에 담아 표상하는 것. 그림이나 이야기와 다르게 현실을 부정할 수 없는 증거, 우리는 스스로의 신원을 증명하기 위해 사진을 찍기도 하지 않는가. 또 이미지는 시공간, 언어의 장벽을 넘어 소비될 수 있다. 일본에서 찍은 사진을 보기 위해 일본어를 배울 필요도 없으며, 사진의 프레임 안에 있는 장면들을 쉽게 소비할 수 있다.
 그리하여, 사진은 그 현실이 있었던 맥락으로부터 탈출한다. 사진기의 렌즈 뒤편에 서있는 사람, 사진을 찍은 사람은 누구인가, 또 왜 이러한 사진을 찍었는가? 사진이 포착한 한 순간은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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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히 과거의 모습을 보는 것에 있어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연설 중의 제스쳐를 포착하여 '막되먹은 대통령'의 이미지를 만드는 언론의 선전술은 이와 맥을 같이한다.

 서구의 제국주의 확대 과정에서 외교관, 학자, 여행가, 선교사 등 다양한 목적으로 동양을 찾은 수많은 서양인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지 간에 그들이 방문한 곳에 대한 정찰의 임무를 수행하였다. 더욱이 사진술이 발명디면서, 서구의 여행사진가와 탐험사진가들이 장차 그들의 식민지가 될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과 같은 이국땅에 가서 막대한 숫자의 사진을 촬영해왔으며, 결국 그 사진들은 정찰의 임무뿐만 아니라 대상 지역에 대한 다양한 시각적 정보로서 제국에 제공되었다. 이렇게 축적된 사진을 통한 시각적 지배는 정치적, 물리적 지배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제국주의의 지도 학문인 인류학이 탄생하였다.
 태생적으로 인류학적 제 학문과 사진은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실천하는 학문과 도구로서 기능했다. 인류학은 인종학과 사회적 다윈주의 등과 연계하면서 오리엔탈리즘을 창출하여 '식민지 개척은 미개인을 문명화시켜 주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려는 것'이라는 식민 지배의 정당성을 부여했으며, 사진은 서구인들의 자기정체성 확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만들어낸 타자 개념인 동양에 대한 재현을 과학적이고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여기서 사진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는데, 그것은 인류학에 과학적 지위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사진 자체가 인류학 나아가 근대 학문 전체의 원천, 근거, 결과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양자의 관계는 탄생의 근원을 같이하는 '제국주의의 쌍생아'라 할 수 있다. 인식론적 재현 또는 재현적 인식론으로 설명되는 서구 근대의 사유방식은 재현의 확실성에 근거해 진리를 규정짓는다. 근대 학문이 이전의 학문과 갈라지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즉 근대 학문은 재현의 확실성을 위해 과학성과 실증성, 객관성 그리고 검증가능성 등을 자신의 덕목으로 삼기 시작했다.... 그러면 사진은 어떠한가. 재현의 투명론자들의 진단처럼, 사진은 무언가 존재하지 않으면 그 자체가 성립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에 대한 틀림없는 재현이며, 존재 증명의 기능을 본성으로 하는 태생적 객관이라고 설명되었다. 즉 투명하고 객관적 실체로서 사진을 바라보았다. p.111-113

 

Posted by 아이스티

2010/08/20 01:14 2010/08/20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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