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처음 발행되었는데, 대학 들어오기 전부터 여기저기서 제목을 많이 본 적이 있는 책이었다. 유시민인지 진중권인지 이야기한 사람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가 진정한 자유주의자라는 평가를 들은 것만 기억을 한다.
하나의 책이라기는 뭣하고, 몇 가지 에세이를 모아 놓은 책인데 꽤나 재미있다. 당시 벌어졌다던 영어공용화 논쟁을 둘러싸고 발표된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라는 에세이가 가장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있고, 그외 '섞임과 스밈' '감염된 언어, 감염된 문학'과 같은 에세이도 같이 실려있다.
"외래어가 됐든 번역투가 됐던, 그것들을 인위적으로 몰아내 한국어를 순화해야겠다는 충동은 근본적으로 전체주의적이라는 점이 강조돼야 한다. '국어 순화'의 '순화'는 제5공화국 초기 삼청교육대의 저 악명 높은 '순화교육'의 '순화'다, 실상, 순결을 향한 집착, 즉 순화 충동은 흔히 죽임의 충동이다. 믿음의 순결성, 피의 순결성, 이념의 순결성에 대한 집착이 역사의 구비구비에 쌓아놓은 시체더미들을 잠깐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국어 순화'의 충동에 내재된 위험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p.151
언어를 '순화'하려는 욕망에서 순혈한 전체주의 -독일의 언어정화에서 북한의 '문화어'정책까지-를 읽어내는 그의 자세에서부터 정확히 서구적인 '자유주의'적 입장(특히나 국가주의, 민족주의와 구별되는)을 읽어낼 수 있다. 순수한 언어란 없으며 환상일 뿐이라는 그의 입장은 평소의 내 생각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논쟁이 되었다는 영어공용화와 관련된 그의 입장은 다소 순진해보여 동의라기 어렵지만. 한창 안티조선운동이 본격화 될 때의 글이라, '나는 양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오로지 욕하기 위해서만 '조선일보'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로 시작하는 각주를 낄낄대며 볼 수 있었다. 독일어를 배우고 있는 상황에서 17세기 독일어 순화운동에 관한 짧은 내용 역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Posted by 아이스티

